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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올해 하반기 약 7조 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아 D램 생산 라인을 본격 증설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전히 D램 시장을 68%가량 점유하고 있지만, 창신메모리의 시장점유율이 불과 몇 년 사이 0.5%에서 7%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그냥 흘려보내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화웨이의 '허의 법칙'과 CXMT 상장 소식을 접하며 반도체 관련주를 보유한 투자자로서 단기 실적 착시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동시에 중국 싱크탱크의 부채 무해론과 미중 패권 서사에는 과도한 낙관과 자국 중심 프레이밍이 섞여 있다는 점을 함께 짚어보고자 합니다.
제재가 오히려 불씨가 된 화웨이의 기술 역설
미국이 화웨이를 겨냥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본격화한 건 2018년부터입니다. 핵심은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차단이었습니다. EUV란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장비로, 5 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 설비입니다. 쉽게 말해 이 장비 없이는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화웨이는 그 상식을 비틀었습니다. EUV 없이 1.4나노급 밀도에 도전하는 기술을 선보인 것입니다. 제가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언론에 공개된 기술 격차가 전부라고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들이 어느 수준까지 조용히 따라왔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화웨이가 택한 방식은 로직 폴딩(Logic Folding) 기법입니다. 로직 폴딩이란 회로를 수평으로 압축하는 기존 방식 대신, 회로를 수직으로 접고 쌓아 올려 신호 이동 거리를 줄이는 입체적 배치 기술입니다. 기존 반도체가 같은 평면에서 선폭을 줄여 성능을 높이는 기하학적 수축 방식이었다면, 화웨이는 시간 수축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 셈입니다. 이 기법을 개발한 연구자의 이름을 따 '허의 법칙'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미국은 제재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그 제재가 중국 내부의 독자 기술 생태계를 만드는 동력이 된 셈입니다. 제가 보기에 미국이 이렇게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는 이유 자체가, 중국의 추격 속도가 눈에 보일 만큼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급진적 발전을 억누르지 않으면 격차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제재의 강도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D램 시장에서 한국(삼성전자+SK하이닉스) 점유율이 77%대에서 68%대로 하락
- 창신메모리(CXMT)의 D램 점유율이 0.5%에서 7%대로 급상승
-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도 한국 점유율은 59%에서 50%대로 축소, 중국은 4%에서 10%대로 성장
- 마이크론이 퀄컴에 HBM 납품을 개시하며 공급 경쟁 본격화
D램 시장 점유율 동향은 반도체산업협회(SIA)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공급자 다변화가 진행 중임을 뒷받침합니다(출처: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화웨이 EUV 우회 기술을 접하고 든 투자자로서의 솔직한 심정
이 강연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크게 다가온 대목은 화웨이가 ASML의 극자외선 노광 장비 없이도 초미세 공정에 도전하고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를 챙겨보며 반도체 섹터를 투자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삼아온 입장인데, 규제라는 벽에 부딪힌 기업이 그 벽을 회피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접근법으로 돌파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기술 뉴스 이상의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기하학적 압축이 아니라 회로를 접어 신호 이동 거리를 줄이는 방식이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저는 반도체 경쟁력이라는 것이 결국 하나의 정답 경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CXMT가 알리바바, 텐센트, 국가반도체대기금을 주요 주주로 두고 7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7~8월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솔직히 조급함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국내 메모리 기업의 압도적 점유율을 당연한 전제로 깔고 투자 판단을 해왔는데, D램 시장 점유율이 정점 77.4%에서 68.2%로, 낸드는 59%에서 50.1%로 내려온 반면 중국의 점유율은 각각 0.5%→7.1%, 4.4%→10.2%로 뛰었다는 수치를 보니 제 투자 논리의 전제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부문이 여전히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의 역대급 실적이 메모리 가격 상승이라는 단일 변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저처럼 반도체주를 장기 보유하는 개인 투자자라면 이런 구조적 약점을 실적 발표의 화려한 숫자 뒤에 가려진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포트폴리오 내 비중 조절이나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밸류체인으로의 분산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역대급 영업이익, 지금이 안주할 때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6년 1분기에 메모리 반도체에서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사실입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 그 핵심입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데이터센터와 GPU 연산에 필수적인 부품입니다. 엔비디아가 이 HBM을 대량으로 필요로 하면서 SK하이닉스가 먼저 독점 공급에 가까운 지위를 누렸고, 이후 삼성전자도 퀄 테스트를 통과해 공급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구도가 영원히 유지된 적은 없었습니다. 조선업이 그랬고, 철강이 그랬고, 배터리가 그랬습니다. 한때 우리가 압도적이었던 산업들이 중국에 시장 지위를 넘긴 과정을 지켜보면서, 반도체도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걱정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우려스러운 건 비메모리 반도체, 즉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영역입니다. 파운드리란 반도체 설계는 하지 않고 위탁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사업 구조를 말합니다. 이 시장에서 TSMC가 60%가 넘는 점유율로 독주하는 동안,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3%에서 7%대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같은 기간 SMIC 등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은 자기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 시장을 잃어가고 있는 건 사실상 한국입니다.
창신메모리가 올해 7조 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주요 주주에 알리바바, 텐센트, 국가반도체대기금이 이름을 올린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밀어붙이고 있고, 기업들은 그 뒤에서 실탄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단일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6년 1분기 기준 36%를 넘어섰습니다(출처: 한국수출입은행). 수출 구조가 이처럼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면, 이 시장에서 점유율이 흔들리는 순간 실물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DDR5 가격이 정점을 찍고 소폭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급자가 늘어날수록 가격 상승세는 자연히 둔화됩니다. 지금의 역대급 이익이 수출 가격 급등에 기댄 측면이 크다면, 그 가격이 안정되거나 내려가기 시작할 때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는 지금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가 직접 산업 현장 소식들을 꾸준히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격차가 벌어지고 있을 때 더 달리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은 역대급 영업이익을 손에 쥔 채 기술개발 투자를 더 가속해야 할 시점이지, 1위라는 위치에 안주할 때가 아닙니다. 중국의 가속도는 이미 붙었고, 뒤돌아보면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재무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신중하게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결론
이번 강연을 통해 저는 반도체 실적 호황이라는 표면적 숫자 뒤에 숨은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점검하게 되었고, 동시에 거대 담론일수록 개별 통계가 주는 인상에 휩쓸리지 않고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투자자로서는 중국의 추격 속도와 한국의 초크포인트 전략 모두를 함께 주시하며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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