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월가의 라이징스타 아센브레너 투자 전략

    비가 억수같이 퍼붓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한 밤을 지냈습니다. 오늘은 주말을 맞이 해서 시황 정리가 아니라 특별한 인물 한 명을 소개할까 합니다.
    주식 투자를 오래 하다 보면 '이 사람,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오는 인물이 간혹 등장합니다.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딱 그런 경우였습니다. 해고 두 달 만에 165페이지 에세이를 던지고, 2년 뒤에 200억 달러 펀드를 굴리게 된 24세의 이 인물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포트폴리오 구성을 들여다볼수록 단순한 행운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작성한 에세이는 월가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헤지펀드 운용 경력도 없는 풋내기에게 엄청난 운용자금이 몰렸습니다.  그 인물을 함께 탐구해 보시죠.



    병목 인식: 그가 AI에서 전력을 먼저 본 이유

    많은 분들이 AI 투자를 생각할 때 엔비디아나 오픈 AI 같은 모델·칩 중심 기업을 먼저 떠올립니다. 저도 2023년에 처음 AI 테마를 공부할 때 그 흐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아셴브레너의 접근은 달랐습니다. 그는 AI의 진짜 병목(bottleneck)이 알고리즘이나 반도체가 아니라 전력과 냉각이라는 물리적 인프라에 있다고 봤습니다. 여기서 병목이란, 전체 시스템의 속도를 제한하는 가장 취약한 고리를 뜻합니다.

    그 근거가 된 것이 2024년 6월 그가 공개한 165페이지 분량의 에세이 '상황 인식(Situational Awareness)'이었습니다. 에세이 3부에서 그는 AI 모델 훈련을 위한 클러스터 규모가 2026년 1GW, 2028년 10GW, 2030년 100GW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100GW는 미국 전체 발전량의 20%를 초과하는 수치입니다. 제가 이 대목을 처음 읽었을 때, "설마 이게 실제로 가능한 수요 예측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후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 발표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그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이 논리가 그대로 포트폴리오에 반영됐습니다. 2024년 말 그의 첫 13F 공시(13F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분기마다 제출하는 기관 투자자의 보유 주식 현황 보고서를 말합니다)에 담긴 종목은 단 여섯 개였는데, 발전 회사인 비스트라와 탈렌 에너지,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장비를 만드는 버티브, 맞춤형 AI 칩과 네트워킹을 다루는 마벨 테크놀로지가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화려한 AI 소프트웨어 종목은 없었습니다.

    스케일링 법칙과 인프라 투자의 연결고리

    그가 에세이에서 활용한 핵심 개념이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입니다. 스케일링 법칙이란, AI 훈련에 투입되는 컴퓨팅 자원이 늘어날수록 모델 성능도 예측 가능한 비율로 향상된다는 경험적 법칙입니다. 그는 2019년 GPT-2 수준에서 2023년 GPT-4 수준까지의 도약이 컴퓨팅 자원의 연간 3배 증가와 알고리즘 효율의 연간 0.5배 개선, 두 축으로 이루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합산하면 유효 컴퓨팅 파워가 연간 10배씩 늘어난 셈입니다.

    이 법칙이 유지된다면 앞으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GPU가 아니라 그 GPU를 돌릴 수 있는 전력망과 냉각 시스템이 됩니다. 제가 보기에 이 통찰이 실제 투자 집행으로 연결된 것 자체가 이 펀드의 진짜 차별점입니다. 남들이 칩을 살 때 그는 전기를 샀습니다.

    이 전략의 연장선에서 2025년 들어 비트코인 채굴 회사들이 포트폴리오에 등장했습니다. 코어사이언티픽 같은 채굴 회사는 이미 기가와트급 전력망 접속과 냉각 설비를 확보한 곳입니다. 새 데이터센터의 최대 병목이 전력 인허가와 계통 연결이라면, 그것을 이미 가진 회사를 사서 AI 호스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출처: 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실제로 8월 공시에서 코어사이언티픽 지분 5.8%를 확보했음이 확인됐습니다.

    • 2024년 말 첫 포트폴리오: 비스트라, 탈렌 에너지(발전), 버티브(전력·냉각 장비), 마벨 테크놀로지(AI 네트워킹) 등 6개 종목 집중
    • 2025년 확장: 비트코인 채굴 회사(코어사이언티픽 등) — 기확보 전력망의 AI 인프라 전환 논리
    • 2026년 1분기 최대 보유 종목: 블룸 에너지(데이터센터 현장 발전용 연료전지) — 전력망 대기 없이 직접 전기 생산
    • 비상장 최대 포지션: 앤스로픽 — 기업가치 600억 달러 수준에 매입, 이후 평가액 9,650억 달러 수준으로 상승
    요약: 아셴브레너의 병목 인식은 AI 투자의 초점을 모델과 칩에서 전력·냉각 인프라로 옮겼고, 이 논리가 포트폴리오에 일관되게 반영됐습니다.

     

    인프라 베팅과 풋옵션: 찬사와 회의론 사이

    2026년 1분기 13F 공시가 공개되자 시장이 술렁였습니다. AI의 미래를 가장 크게 외쳤던 인물이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등 AI 반도체 대표 종목들에 풋옵션(Put Option)을 대거 쌓아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풋옵션이란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로, 보유하는 것 자체가 해당 자산 가격 하락에 대비하거나 하락에 베팅한다는 신호로 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목 기준으로 합산하면 84억 6천만 달러 규모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공시 내용을 뜯어봤을 때, 이것을 단순한 '하락 베팅'으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우선 옵션 공시에서 명목 가치(Notional Value)란 실제 프리미엄 지출액이 아니라 기초 자산의 계약 규모입니다. 쉽게 말해, 100달러짜리 주식 1,000주에 대한 풋옵션 계약의 명목 가치는 10만 달러이지만, 실제로 지불한 프리미엄은 그 수십 분의 일일 수 있습니다. 84억 달러라는 숫자를 그대로 하락 베팅액으로 읽는 것은 오독입니다.

    더 중요한 맥락이 있습니다. 같은 분기에 반도체 풋옵션을 늘리는 동시에, 코어위브 콜옵션 7억 7천만 달러, AI 채굴 클러스터인 아이온큐와 라이엇 매수도 함께 늘렸습니다. 풋옵션만 고립시켜 보면 하락 베팅처럼 보이지만, 전체 포트폴리오를 놓고 보면 칩 회사의 밸류에이션 리스크를 헤지(Hedge)하면서 인프라 쪽 롱 포지션을 확대하는 구조입니다. 헤지란 기존 포지션의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반대 방향의 포지션을 동시에 취하는 전략입니다. 또한 직전 4분기에는 반도체 풋이 사실상 전부 사라졌다가 이번 분기에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도, 이것이 방향성 확신보다는 시황에 따른 단기 트레이딩에 가깝다는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실력인가 특권인가 — 반드시 짚어야 할 질문

    저는 이 부분에서 솔직히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앤스로픽 지분을 600억 달러 기업가치 수준에서 취득했다는 사실은, 그것이 가능한 위치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앤스로픽의 최근 지분 거래 평가액이 9,650억 달러 수준이니, 1년여 만에 16배가 된 이 포지션이 현재 펀드 자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게 보도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딜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스트라이프 공동 창업자 패트릭·존 콜리슨, 전 깃허브 CEO 냇 프리드먼 등 실리콘밸리 최상위 인맥 덕분이었습니다. 이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성립할 수 없는 수익률입니다.

    또한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범용 지적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의 도래를 기정사실화하는 태도도 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스케일링 법칙이 LLM(대규모 언어 모델, Large Language Model)의 한계를 자동으로 돌파해 준다는 전제는 현재 기술 수준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정입니다. 아셴브레너 본인도 에세이에서 훈련 데이터 고갈 등을 리스크 변수로 명시했는데, 외부에서는 그 부분이 잘 부각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출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직접 확인하면, 공시에서 드러나지 않는 공매도 포지션과 옵션 숏 레그(Short Leg)가 상당 부분 존재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딥시크 쇼크 당일 시장이 패닉 셀을 쏟아낼 때 오히려 추가 매수를 단행한 것은, 단순한 배짱이 아니라 자신의 테제를 사전에 충분히 검증해 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그 결과가 옳았다는 사실은 결과론이지만, 과정의 논리 자체는 눈여겨볼 만합니다.

    요약: 84억 달러 풋옵션은 단순 하락 베팅이 아니라 인프라 롱 포지션을 보완하는 헤지 전략으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하며, 그의 성과에는 실력과 함께 실리콘밸리 인맥이라는 진입 장벽이 동시에 작용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셴브레너 펀드 수익률 270%가 진짜인가요?

    A. Wall Street Journal 보도를 기준으로 2025년 수수료 차감 후 약 270%, 출범 후 누적 1,000%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 펀드는 사모 펀드이기 때문에 외부 감사를 받은 공식 실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습니다. 언론에 공개된 수치임을 감안하고 참고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Q. 아셴브레너가 엔비디아 풋옵션을 산 게 AI 거품이 터진다는 신호인가요?

    A.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공시에는 풋옵션 매수(롱) 포지션만 나타나고, 반대 방향인 숏 레그나 스프레드 구조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직전 분기에는 반도체 풋이 거의 사라졌다가 이번 분기에 다시 등장한 패턴을 보면, 방향성 베팅보다는 단기 트레이딩 성격이 강하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Q. 개인 투자자도 이 전략을 따라 할 수 있나요?

    A. 포트폴리오 구성 방향 자체는 참고할 수 있습니다. 전력 인프라, 데이터센터 냉각·전력 장비, GPU 클라우드 기업 등에 분산 투자하는 것은 개인도 가능합니다. 다만 앤스로픽 같은 비상장 딜 접근이나 대규모 옵션 트레이딩은 구조적으로 진입이 불가능하거나 리스크 관리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전략의 방향만 빌리고 규모와 상품은 본인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AI가 모델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되면 전력 인프라 투자도 끝나는 건가요?

    A. 오히려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될수록 추론(Inference)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추론이란 이미 학습된 AI 모델이 실제 질문에 답하는 과정으로, 훈련보다 훨씬 많은 빈도로 반복됩니다. 아셴브레너도 에세이에서 추론에 필요한 전력이 훈련용 클러스터의 몇 배에 달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서비스 전환이 전력 수요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늘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Q. 13F 공시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EDGAR 시스템에서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기 종료 후 45일 이내에 제출 의무가 있어, 공시 시점에는 이미 1~2달이 지난 정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공매도 포지션과 옵션 숏 레그는 공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결론

    아셴브레너의 2년은 찬사와 회의론이 모두 성립하는 궤적입니다. 스케일링 법칙을 근거로 전력 인프라를 먼저 산 것, 딥시크 쇼크에서 흔들리지 않은 것, 풋옵션으로 대형 롱 포지션을 헤지한 구조 — 이것들은 전략적 일관성이 있습니다. 반면 앤스로픽 딜처럼 네트워크 없이는 불가능한 포지션이 수익의 핵심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그의 성과를 '지적 통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제가 이 사례에서 가져가는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투자 테제를 세울 때 "누가 돈을 버느냐"보다 "어디가 막히느냐"를 먼저 묻는 습관입니다. 전력이 막힌다면 전력을 사고, 계통 연결이 막힌다면 그것을 이미 확보한 회사를 사는 방식 말입니다. 2부에서 그의 전망이 얼마나 맞았는지, 유사 사례와 어떻게 비교되는지까지 확인한 뒤 최종 판단을 내리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yvaFid__6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