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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수급 쏠림

    호재가 쏟아지는데 주가는 왜 바닥을 뚫었을까요? 올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분기 실적 신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웠고, 국내외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줄줄이 올렸습니다. 저 역시 실적 전망치만 보고 반도체 종목에 접근했다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습니다. 문제는 기업 가치가 아니었습니다. 시장 구조 자체가 비틀려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투자중인 산업에 대한본질을 잘 봐야 합니다.  일요일 저녁 반도체에 대해 알아보시죠!



    레버리지 ETF가 시장을 어떻게 삼켰나

    일반적으로 레버리지 ETF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두 배로 키우는 '효율적인 도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삼성전자 본주 한 주를 사려면 27만 원이 필요한데, 레버리지 ETF는 만 원대에서 2만 원대 사이에 상장되니까 소액으로도 큰 베팅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계산은 시장이 정상으로 작동할 때에만 맞는 얘기였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가 상장되면서 벌어진 일은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해당 ETF 하나의 하루 거래대금이 코스닥 시장 전체 거래대금과 맞먹는 수준까지 치솟았고, 그 자금은 고스란히 다른 섹터에서 빠져나온 돈이었습니다. 코스닥이 먼저 무너졌고, 이어서 거래소의 각 섹터가 하나씩 쓰러졌습니다. 수급(자금의 흐름)이란 말 그대로 돈이 어디로 들어오고 나가느냐를 뜻하는데, 이 시기에 그 흐름이 반도체 레버리지 단 두 종목으로 완전히 막혀버린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연기금의 공백입니다. 연기금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14.9%에서 20.8%까지 대폭 올린 상태였습니다. 시장에 '주식 안 판다'는 신호를 준 셈이었고, 개인 투자자들은 그 신호를 '외국인이 팔아도 안전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연기금이 버팀목 역할을 하던 관행을 믿었는데, 정작 비중 조절 여력이 소진된 연기금은 주가가 흔들려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습니다. 제가 당시 느꼈던 불안감은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라 이 구조적 공백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감마 스퀴즈(Gamma Squeeze)가 터졌습니다. 감마 스퀴즈란 옵션·파생상품 시장에서 특정 방향의 포지션이 지나치게 쌓였을 때, 가격 움직임이 그 포지션을 강제 청산시키는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눈사태와 같습니다. 상방으로 터졌다가 하방으로 다시 터지는 구간이 반복되면서, 2배 레버리지 ETF 상장 직전 가격(삼성전자 기준 약 27만 원 내외)까지 주가가 되돌아왔습니다. 펀더멘털이 변한 게 없는데 주가가 그 수준까지 밀렸다면, 그건 실력이 아니라 구조가 만든 결과입니다.

    • 레버리지 ETF 상장 → 타 섹터 자금 흡수 → 코스닥·거래소 섹터 순차 붕괴
    • 연기금 비중 확대로 리밸런싱 여력 소진 → 버팀목 기능 상실
    • 외국인의 소규모 프로그램 매도만으로도 레버리지 종목 급락 유발
    • 감마 스퀴즈 역방향 발동 → 매도 연쇄 → 레버리지 ETF 상장 전 가격대 복귀
    요약: 반도체 주가 급락은 실적 문제가 아니라 레버리지 ETF 쏠림이 만든 수급 구조의 왜곡이었으며, 감마 스퀴즈가 그 폭발력을 키웠습니다.

     

    순환매는 언제 가능하고, 지금 전략은 무엇인가

    순환매(Sector Rotation)란 한 섹터에 쏠렸던 자금이 다른 섹터로 이동하면서 시장 전체가 균형 있게 오르는 흐름을 뜻합니다. 상반기에는 휴머노이드·전력기기·원전·조선·방산까지 여러 섹터가 같이 올랐는데, 6월로 접어들면서 그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만 압축됐고 순환매의 고리가 끊어졌습니다. 저는 당시 조선주를 일부 보유하고 있었는데, 펀더멘털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주가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 '이게 정상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순환매가 다시 작동하려면 선결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레버리지 ETF의 변동성을 제어할 당국의 실질적인 규제가 나와야 합니다. 당국이 과도한 파생 연계 상품을 상장시켜 투기적 변동성을 키운 것은 명백한 정책적 실수입니다.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수급 쏠림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습니다. 둘째, 반도체 섹터 자체가 기간 조정을 거치면서 과열을 식혀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의 순자산 대비 주가 수준)이 약 4배 수준인데, 이 자체가 나쁜 숫자는 아닙니다. 2027년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고, 현재 진행 중인 CAPEX(자본적 지출, 설비·인프라 투자)가 2028~2030년까지 가동되는 물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수요 사이클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출처: 한국신용평가 반도체 산업 분석).

    개인적으로 지금 구간에서 분명히 눈에 띄는 것이 조선주입니다. 현대중공업 기준으로 올해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시장이 해당 기업의 수익을 얼마나 비싸게 평가하는지 나타냅니다)이 16배 내외로, PER이 30배에 육박하는 핀란드의 조선 엔지니어링 기업 바르질라와 비교하면 저평가 논거가 성립합니다.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와 북미 LNG 프로젝트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중이고, 수주 목표의 70%를 6월 말 기준으로 이미 달성한 상태입니다. 주가가 이 정도까지 빠진 건 수급 탓이지 실적 탓이 아닙니다.

    원전주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175억 달러 규모의 원전 관련 대출을 조건부로 승인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출처: U.S. Department of Energy), SMR(소형모듈원자로) 수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감만으로 주가를 받치기는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곧 나온다'는 얘기가 반복될수록 그 기대감은 무뎌집니다. 실제 발주가 나오는 타이밍을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투자 전략의 핵심은 '지금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떤 구조로 가져가느냐'입니다. 반도체 비중은 AI 사이클의 핵심 수혜주라는 전제 아래 포트폴리오 내에서 가장 크게 가져가는 게 맞습니다. 단, 레버리지 ETF가 아닌 본주(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 자체)로 접근해야 합니다. 일정 부분의 현금 비중은 이 시장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변동성이 진정되는 구간을 기다렸다가 분할 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지금 같은 투기적 시장에서 멘탈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요약: 순환매 재개는 레버리지 ETF 규제와 반도체 기간 조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 사이 저평가된 조선주 분할 매수와 현금 확보 병행이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사도 되나요?

    A. 일반적으로 레버리지 ETF는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상품은 철저히 단타용으로만 접근해야 합니다. 감마 스퀴즈가 역방향으로 터질 경우 손실이 단시간에 2배로 증폭되기 때문에, 중·장기 보유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지금 같은 수급 불안 구간에서는 본주 분할 매수를 권장합니다.

     

    Q. 외국인이 150조 넘게 팔았는데 더 팔 가능성이 있나요?

    A. 반도체 주가가 세게 조정받은 구간에서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줄어들고, 오히려 매수로 전환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AI 사이클이 정점을 찍었다는 확실한 신호가 없고,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면 지금 수준에서 대규모 추가 매도가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단,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6%를 웃도는 상황과 지정학적 변수는 계속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Q. SK하이닉스 나스닥 ADR 상장이 주가에 호재인가요?

    A. 상장 자체는 부정적 이슈는 아닙니다. 다만 상장 당일 반등 후 국내 수급 문제로 ADR이 오히려 끌려 내려오는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재평가받기 시작하면 SK하이닉스 ADR도 빠르게 재평가될 수 있는 구조이므로, 당장의 효과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코스닥은 지금 들어가면 안 되나요?

    A. 코스닥은 현재 자생적 반등 동력이 사실상 소진된 상태입니다. 레버리지 ETF로의 수급 쏠림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투매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 나오는 타이밍을 확인하고 진입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접근법입니다.

     

    결론

    지금 한국 증시의 문제는 반도체 업황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과도한 레버리지 파생상품이 시장의 수급 구조를 왜곡했고, 그 왜곡을 제어해야 할 연기금과 금융 당국이 제 역할을 못 한 결과입니다. 펀더멘털과 주가 사이의 괴리가 이렇게 크게 벌어질 때, 공부하지 않은 투자자는 심리적 공황에 빠지고 공부한 투자자는 기회를 찾습니다.

    지금 할 일은 멘탈을 지키는 것입니다. 레버리지 ETF 규제 여부, 연기금의 포트폴리오 변화, 외국인 수급 전환 신호, 이 세 가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반도체 본주 분할 매수와 현금 비중 유지를 병행하시기 바랍니다. AI 사이클이 살아 있는 한 하반기에도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10Z2enTS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