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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ren투자

     지난 해 부터 아이렌에 투자중이라 아이렌 소식은 늘 챙깁니다. 비트코인 채굴 회사로부터 피벗하여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전력까지 갖춘 아이렌.  얼마전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연 5000만 달러(약 690억 원) 규모의 유니폼패치 계약을 맺기도 했었습니다. 왜들이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구글 실적 발표가 AI 인프라 수요의 건재함을 증명하는 동안, 아이렌(IREN) 주가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괴리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제가 겪은 것들을 그대로 풀어보겠습니다.



    구글 실적이 증명한 것, 그런데 왜 아이렌은 빠졌나

    2025년 3분기 구글의 실적 발표는 AI 투자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였습니다. 매출 1,190억 달러, 클라우드 백로그(backlog) 5,140억 달러. 여기서 백로그란 계약은 체결됐지만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수주 잔고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이미 팔았지만 아직 받지 못한 돈이 5,140억 달러나 쌓여 있다는 뜻입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캐펙스(CAPEX) 가이던스였습니다. 캐펙스란 데이터 센터, 서버, 전력망처럼 장기적으로 쓰이는 자산에 대한 자본 지출을 뜻합니다. 구글은 이 수치를 최대 2,050억 달러로 상향했고, 2027년에는 추가로 더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클라우드 영업 이익률도 35.6%로 견조했습니다. 컴퓨팅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는 신호를 구글 스스로 보낸 셈입니다.

    그런데 이 좋은 실적 발표와 같은 날, 아이렌을 포함한 GPU 클라우드 섹터 전체가 무너졌습니다. 이유는 두 갈래였습니다. 하나는 메타가 잉여 컴퓨팅 파워를 외부에 파는 클라우드 사업, 이른바 '메타 컴퓨터(Meta Compute)'를 준비 중이라는 블룸버그 보도였습니다. 또 하나는 아이렌 이사회가 공동 CEO인 윌리엄 로버츠·대니얼 로버츠 형제에게 RSU(Restricted Stock Unit,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 1,820만 주, 당시 주가 기준으로 약 7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공시한 것이었습니다. RSU란 일정 기간이 지나야만 실제로 팔 수 있도록 조건이 붙은 주식 보상을 말합니다. 하루에 안팎으로 두 방을 맞은 날이었습니다.

    • 구글 캐펙스 가이던스 최대 2,050억 달러로 상향 — AI 인프라 수요 건재 확인
    • 메타 컴퓨터 보도 직후 코어위브(CoreWeave) 14%, 람다(Lambda) 17% 급락
    • 아이렌 CEO 형제에 RSU 1,820만 주(주식의 약 5%) 공시 — 주주 반발 폭발
    요약: 구글 실적은 AI 수요의 지속성을 증명했지만, 같은 날 메타 컴퓨터 보도와 아이렌 CEO 보상 공시가 겹치며 섹터 전체가 흔들렸습니다.

     

    주가 하락의 절반은 아이렌 탓, 나머지 절반은 시장의 재평가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하락을 한 덩어리로 묶어서 보면 안 됩니다. 코어위브와 네비우스(Nebius)도 같은 날 각각 17%, 22% 빠졌습니다. 이 회사들에는 CEO 보상 논란도 없었고 농구단 스폰서십 논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빠졌습니다. 그렇다면 섹터 전체를 움직인 힘이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핵심은 컴퓨팅이 무조건 부족하다는 전제가 흔들린 것입니다. 메타 컴퓨터 소식은 "큰손이 파는 쪽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공포를 심었습니다. GPU 클라우드 사업 모델은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같은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가 계속 사기만 한다는 가정 위에 세워진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 가정이 흔들리자 GPU를 담보로 부채를 일으켜 확장해온 네오클라우드(neo-cloud) 섹터 전체의 장기 현금 흐름 가정이 흔들린 것입니다. 네오클라우드란 직접 GPU를 구매해 임대하는 신흥 클라우드 사업자를 가리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메타는 올해 AI 인프라에 최소 1,25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이미 가이던스를 상향했고, 메타 내부 AI 책임자는 차기 모델의 컴퓨팅 파워가 이전 모델 대비 10배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출처: Meta Investor Relations). 컴퓨팅이 남아돌아서 파는 게 아니라, 이미 사둔 구형 칩의 유휴 자산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내겠다는 흐름에 가깝습니다. 수요가 꺼진 게 아니라 돈을 더 빨리 회수하는 방식으로 판이 바뀐 것입니다.

    그럼 아이렌 자체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CEO 형제에 대한 7억 달러 보상은 4년 베스팅에 2년 추가 보유 의무가 붙어 있어 구조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들을 2033년까지 묶어두는 장치라는 해석도 성립합니다. 그러나 제가 진짜 걸린 건 순서였습니다. 작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와 5년 97억 달러 계약을 맺은 이후 8개월째 하이퍼스케일러급 신규 계약이 없는 상태에서, 광고 회사 어웨이큰 인수,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저지 패치 스폰서십(연간 5,000만 달러 이상), 그리고 CEO 보상 공시가 이어졌습니다. 잔칫상을 차리기 전에 성과급부터 돌린 셈이고, 젓가락 들고 기다리던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약: 주가 하락의 절반은 섹터 재평가이고 절반은 아이렌 내부 신뢰 훼손이지만, 컴퓨팅 수요 자체가 꺼진 것은 아닙니다.

     

    호주 전력 선점, 기회인가 아직 이른 기대인가

    이 투자를 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데이터 센터의 진짜 병목이 건물이나 서버가 아니라 전력망 연결 계약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2026년 1분기 석 달 동안에만 75개 이상의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가 주민 반대로 차단되거나 지연됐고, 금액으로는 약 1,300억 달러어치입니다. 반대 운동 조직 수는 지난해 말 396개에서 올해 3월 833개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출처: 10A Labs 데이터 센터 와치 보고서). 전력망 연결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이미 잠가둔 전력 자산은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 실물 자산입니다.

    아이렌은 2025년 6월 남호주 번디(Bungdy)에 800MW 규모 데이터 센터 캠퍼스의 송전 연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전력 포트폴리오는 회사 공식 발표 기준 5GW를 넘겼고, 증권가 일부에서는 이 발표를 근거로 목표 주가를 96달러로 상향하기도 했습니다. 남호주는 이미 전력의 75% 이상을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고 2027년 100% 순 재생 에너지를 목표로 삼은 지역이라, 데이터 센터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탄소 조건과 결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앤트로픽(Anthropic)이 호주에서 최소 1.4GW에서 최대 4GW, 투자 금액으로 최대 15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 센터 용량을 확보하려 한다는 보도는 아이렌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호주 전체 데이터 센터 용량이 2025년 기준 약 1.3GW인 상황에서, 나라 전체 용량과 맞먹는 주문서 한 장이 새로 날아온 것입니다. 누군가는 새로 지어야 하는 물량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봐야 할 지점도 있습니다. 앤트로픽이 요구하는 2027년 말 최소 1GW 가동 시점에, 번디 송전 연결은 2028년부터 시작됩니다. 시간이 맞지 않습니다. 또한 아이렌이 이 입찰의 후보라는 공개된 증거가 아직 없습니다. 앤트로픽과의 계약 루머는 올 1월부터도 커뮤니티에 돌았고 그때도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이번엔 다르다고 믿으려면 1월과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달라진 것은 번디 송전 계약과 입찰 문건 보도, 딱 두 가지입니다.

    요약: 아이렌의 호주 전력 선점은 실체 있는 자산이지만, 앤트로픽 입찰 기대는 타임라인 불일치와 공개 증거 부재라는 두 가지 조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구글 실적이 좋으면 아이렌 주가도 오르는 거 아닌가요?

    A. 수요와 주가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구글 실적은 AI 컴퓨팅 수요가 살아있다는 신호를 줬지만, 같은 날 터진 메타 컴퓨터 보도와 아이렌 내부 CEO 보상 공시가 섹터 전체의 재평가를 촉발했습니다. 수요가 좋아도 공급 경쟁 구도 변화나 기업 내부 신뢰 문제가 겹치면 주가는 반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Q. CEO RSU 보상이 그렇게 나쁜 건가요? 구조상 주주 이익과 정렬되어 있지 않나요?

    A. 구조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4년 베스팅에 2년 추가 보유 의무, 2031 회계연도까지 추가 보상 금지 조건이 붙어 있어 창업자들을 장기간 묶어두는 장치이기는 합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 이후 8개월째 하이퍼스케일러 신규 계약이 없는 시점에 공시가 나왔다는 순서의 문제가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었습니다.

     

    Q. 메타가 컴퓨팅을 팔기 시작하면 아이렌 같은 GPU 클라우드 회사는 망하는 건가요?

    A. 메타는 AI 인프라 지출을 줄인 게 아니라 오히려 올해 캐펙스를 1,250억~1,450억 달러로 상향한 회사입니다. 남아도는 컴퓨팅을 파는 게 아니라 이미 구입한 구형 칩 일부의 유휴 자산을 활용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수요가 꺼진 신호가 아니라 기존 사업자들의 수익화 방식이 다양해지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Q. 앤트로픽 호주 입찰에 아이렌이 뽑힐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요?

    A. 후보가 될 자격은 있지만, 유력하다는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아이렌이 확보한 번디 800MW 전력은 2028년부터 송전이 시작되는데, 앤트로픽이 요구하는 2027년 말 최소 1GW 가동 시점과 타임라인이 맞지 않습니다. 약 6주 안에 나온다는 앤트로픽의 최종 투자 결정 발표에서 파트너 명단을 확인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결론

    제 경험상 이 투자의 본질은 뉴스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쥐고 있는 희소한 실물 자산이 실제 대형 고객의 락인(Lock-in)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싸움입니다. 아이렌이 확보한 5GW 이상의 전력 포트폴리오와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계약은 어디 도망 가지 않습니다. 구글 실적이 확인해준 AI 컴퓨팅 수요도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영진의 실행력과 주주 소통은 아직 그 자산의 가치를 주가로 치환하는 데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봐야 할 것은 딱 두 가지입니다. 6주 안에 나올 앤트로픽의 호주 최종 투자 결정 발표에 아이렌이 있는지, 그리고 8개월째 비어 있는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자리에 새 이름이 채워지는지. 흔들릴 때 팔기 전에 그 두 가지를 먼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유튜브 영상 - 아이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