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변동성에 멘탈잡기

    솔직히 저는 지난 몇 주간 RKLB 포지션을 들여다보면서 손이 떨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루에 삼성전자가 10% 가까이 빠지는 걸 보면서 "이게 진짜 위기인가" 싶었는데, 변동성과 위험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걸 제대로 납득하고 나서야 포지션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ETF 프로그램 매매가 왜 변동성을 키우는지, 다음 파도가 왜 예상보다 빨리 오는지, 그리고 명목과 실질 수치를 혼동하면 어떤 실수를 저지르는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자 같이 보시죠!



    ETF 쏠림이 오히려 변동성을 증폭시킨다

    요즘 시장을 보면 이런 의문이 드지 않으십니까? 별다른 악재가 없는데 왜 대형주가 하루에 7~10%씩 흔들리는 걸까요?

    그 답의 상당 부분은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에 있습니다. ETF란 개인이 직접 종목을 고르는 대신 전문 운용사에게 돈을 맡겨 분산 투자하는 상품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시중 유동성이 대거 몰려들었습니다.

    문제는 운용사들이 고객 자산을 지키기 위해 시스템 매매, 즉 프로그램 매매를 적극 활용한다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프로그램 매매(Systematic Trading)란 사람이 직접 판단하지 않고 사전에 설정한 가격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매도 주문이 나가는 방식입니다. 특정 종목이 기준선 아래로 빠지는 순간 여러 기관의 프로그램이 동시에 매도 버튼을 누르고, 그 매도 물량이 주가를 더 끌어내리고, 그러면 또 다른 프로그램이 반응하는 연쇄 구조가 작동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선택은 공포에 매도하는 것입니다. 기관의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하락은 펀더멘털(Fundamental, 기업의 실제 수익성·성장성 등 기초 체력)과 무관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의 표현을 빌리면 "울퉁불퉁한 15%가 매끄러운 12%보다 낫다"는 말이 바로 이 맥락입니다. 변동성 자체가 초과 수익의 원천이라는 뜻이죠.

    변동성을 영어로 구분하면 데인저(Danger)와 리스크(Risk)로 나뉩니다. 데인저는 지진이나 전쟁처럼 예측도 통제도 불가능한 위험이고, 리스크는 금리 방향이나 환율 흐름처럼 추정하고 분산해 관리할 수 있는 위험입니다. ETF 프로그램 매매가 만들어낸 변동성은 대부분 리스크 범주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질문은 "이게 위험한가"가 아니라 "언제 이 변동성이 내가 감당 못 할 데인저로 바뀌는가"입니다.

    • ETF 자금 증가 → 프로그램 매매 비중 확대 → 하락 시 자동 매도 연쇄 → 변동성 증폭
    • 데인저(예측 불가)와 리스크(관리 가능)를 구분하면 공포 매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 변동성이 클수록 초과 수익 기회도 커지므로 무조건 회피가 정답은 아닙니다
    요약: ETF 프로그램 매매는 변동성을 증폭시키지만, 이는 관리 가능한 리스크이므로 공포 매도보다 근거 있는 보유가 합리적입니다.

     

    AI 파도 주기가 빨라진 이유

    혹시 "이번 버스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도 솔직히 이번 반도체 조정 구간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 자체가 틀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터넷 시대를 떠올려 보면 윈도우 95에서 98로, 다시 XP로 넘어가는 데 2~3년이 걸렸습니다. 개발자가 사람이었고, 사람에게는 개발 시간이 필요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LLM(Large Language Model,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해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대형 언어 모델)이 개발자 옆에서 밤새 코드를 짜줍니다. 연구자인 저도 통계 패키지 작업을 AI에게 맡기는 빈도가 늘었는데, 같은 작업을 제가 직접 할 때보다 수십 배 빠릅니다. 그러니 혁신 사이클이 단축되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주요 AI 모델들의 버전 업그레이드 간격이 해마다 짧아지고 있습니다. 피지컬 AI(Physical AI, 로봇처럼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는 AI 시스템)와 AI 에이전트(Agent,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AI)가 도래하는 시점도 당초 예측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흐름에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파도가 자주 올수록 어느 파도에 올라타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젠슨 황 발표 직후 로봇 관련주가 급등했다가 되돌려진 사례처럼, 소문만 쫓다가 고점 진입한 경우가 이미 반복됐습니다. 둘째, 그렇기 때문에 "아는 것에만 투자하라"는 원칙이 파도가 잦아질수록 더 중요해집니다. 파도의 방향을 모른 채 올라타면 파도가 자주 올수록 손실 기회도 늘어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과욕을 부리지 않고 적정 마진만 확보하면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전략이, 한 번에 크게 먹으려다 낭패를 본 케이스보다 훨씬 안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버스를 한 번 놓쳤더라도 다음 버스가 훨씬 빨리 오는 세상이라면, 지금 할 일은 다음 버스 번호를 공부하는 것입니다(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도 AI·디지털 전환 관련 산업 동향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약: AI가 개발 사이클을 단축시키면서 투자 파도의 주기도 빨라졌고, 파도가 잦을수록 "아는 것에만 투자"하는 원칙이 더 중요해집니다.

     

    명목과 실질을 혼동하면 실수한다

    데이터를 보면서 이런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수출 지표가 확 올라갔는데 실제 체감은 전혀 좋지 않았던 경우 말입니다. 저도 D램 단가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계정 분류 이동으로 인한 착시를 경험한 적이 있어서 이 부분이 특히 와닿았습니다.

    명목(Nominal)과 실질(Real)은 경제 지표를 읽을 때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개념입니다. 명목 수치란 물가 상승분이 반영된 채로 표시된 숫자이고, 실질 수치란 물가 변동 효과를 제거해 순수한 생산·소득 증가분만 남긴 숫자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잠정치를 보면,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했지만 실질 GDP 증가율은 3.8%에 그쳤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국민계정). 그 차이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 가격 급등 효과입니다. 물량이 늘어서가 아니라 가격이 올라서 명목 수치가 부풀려진 것입니다.

    기업 분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회사의 매출이 50% 올랐다고 해도 판매량(Q)은 그대로인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판매 가격(P)만 오른 것이라면, 실질적인 성장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매출은 P×Q이므로 두 변수를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챙겨야 할 개념이 계절 조정(Seasonal Adjustment)입니다. 해운대 앞 숙박업이 7~8월에 매출이 폭등하는 건 사업 역량이 아니라 계절 특수인데, 그 수치를 그대로 투자 발표 자료에 넣으면 투자자가 오해합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 기간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 덕분에 매출이 뛴 제약사의 수치를 최근 성장 트렌드로 오독하면 안 됩니다. 숫자를 볼 때는 항상 "이게 명목이냐 실질이냐", "계절 또는 특수 요인이 섞여 있지 않은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요약: 명목 수치는 물가 효과가 포함되므로 반드시 실질 수치와 구분하고, 계절 조정 여부까지 확인해야 데이터 착시를 피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ETF에 투자하면 변동성이 줄어드는 거 아닌가요?

    A. 분산 투자 효과로 개별 종목 리스크는 줄어들지만, ETF 자금이 시장 전체에 대규모로 유입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운용사의 프로그램 매매가 특정 임계점에서 동시에 발동되면 시장 전체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됩니다. 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과 시장의 변동성은 구분해서 봐야 하지 않을까요?

     

    Q. 반도체 주식이 이미 많이 올랐는데 지금 들어가도 되나요?

    A.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3~5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수요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신호입니다. 피지컬 AI와 AI 에이전트로의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반도체 수요는 구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단기 고점 진입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하므로, 안전 마진을 확보하고 분할 매수하는 방식이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Q. 명목 GDP와 실질 GDP 차이를 쉽게 확인하는 방법이 있나요?

    A.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서 명목 GDP와 실질 GDP를 모두 조회할 수 있습니다. 두 수치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물가 효과가 얼마나 부풀려졌는지 바로 확인됩니다. GDP 디플레이터(Deflator, 명목값을 실질값으로 환산하는 물가 지수)를 함께 보면 어느 분야의 가격 효과가 컸는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Q. 유튜브 경제 채널 정보를 어떻게 걸러봐야 하나요?

    A. 먼저 제시된 수치가 명목인지 실질인지, 출처가 명확한지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또한 알고리즘의 확증 편향을 의식해 시청 기록을 주기적으로 초기화하거나 직접 검색해서 보는 방식을 활용하면 한쪽으로 쏠린 정보 편식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론만 캡처해서 투자 판단에 쓰는 건 특히 위험하지 않을까요?

     

    결론

    이번에 정리하면서 제가 다시 확인한 것은 딱 하나입니다. 변동성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관리할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ETF 프로그램 매매가 만들어낸 출렁임에 패닉 셀하지 않으려면 왜 흔들리는지를 알아야 하고, 다음 파도를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공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명목과 실질을 구분하고, 계절 조정 여부를 확인하고, 아는 것에만 안전 마진을 두고 진입하는 것. 투자 원칙이 복잡할 것 같지만 결국 이 세 가지로 수렴됩니다. 파도가 자주 온다는 건 기회가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준비 없이 뛰어들면 손실 빈도도 함께 늘어납니다. 다음 버스가 곧 온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면, 지금 그 버스 번호를 외워두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9R3RlN63Za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