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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반전포인트

    반박할 근거가 없는 종목일수록 더 위험하다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올 상반기 반도체 섹터가 정확히 그 함정에 빠졌습니다. 저도 RKLB를 보유하며 우주 섹터와 반도체 섹터의 연동을 몸으로 느끼던 중에 메타 이슈 하나로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는 걸 보고 한동안 이유를 몰랐습니다. 수급 집중의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보니, 그제야 그림이 맞춰졌습니다.



    수급 집중: 반박 불가능한 베팅이 만든 역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글로벌 펀드 매니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서베이에서 응답자의 80%가 반도체를 '가장 붐비는 거래(Most Crowded Trade)'로 꼽았습니다(출처: BofA Global Research). 여기서 '가장 붐비는 거래'란 특정 자산에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몰려 조금의 악재에도 집단 매도가 터질 수 있는 구조를 뜻합니다. M7 열풍이 한창이던 시기에도 이 수치가 70%를 넘은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반도체가 좋다는 건 알았지만, '좋은 섹터에 모두가 레버리지까지 써서 올인했다'는 의미라고는 읽지 못했거든요. 레버리지(Leverage)란 자기 자본 이상으로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익이 날 때는 증폭되지만 하락 시에는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합니다. 5~6월 반도체 쏠림에 레버리지까지 얹혀 있었던 셈이니, 작은 방아쇠 하나면 폭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메타의 클라우드 진출 소식이 그 방아쇠가 됐습니다. 메타가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컴퓨팅 자원이 남아돌 리 없고, 오히려 클라우드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입니다. AI 투자를 포기한 게 아닌데 시장은 그렇게 읽었습니다. 수급이 이미 임계점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빠져나갈 이유'가 생기자 레버리지 청산이 연쇄적으로 터진 것입니다. 이른바 '예정된 노이즈'였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해석이 꽤 설득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 BofA 서베이: 글로벌 펀드 매니저 80%가 반도체를 최대 쏠림 거래로 지목
    • M7 전성기에도 70% 미만이었던 집중도가 이번엔 80%까지 상승
    • 레버리지 포지션이 누적된 상태에서 메타 이슈가 강제 청산을 유발
    • 하락의 원인은 AI 산업 펀더멘털 훼손이 아니라 수급 구조의 붕괴
    요약: 반도체 하락은 틀린 베팅이 아닌 너무 맞는 베팅에 레버리지가 쌓인 수급 과열의 결과였습니다.

     

    자사주 매입: 외국인 매도를 상쇄할 내부 수급의 등장

    지금까지 저는 삼성전자를 분석할 때 PER(주가수익비율)과 HBM 점유율 정도만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9조 원 자사주 매입이라는 수급 요인을 접하고 나서는 시각을 꽤 넓혀야 했습니다. PER(Price-to-Earnings Ratio)이란 현재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밸류에이션 지표입니다. 시티증권 분석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PER은 최근 4배 후반대까지 내려왔고, 이는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는 물론 글로벌 반도체 피어 그룹 전체와 비교해도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출처: Citi Global Research).

    그렇다면 왜 이렇게 낮은 밸류에이션이 지속됐을까요. 이 부분은 두 가지 관점이 엇갈립니다. 실적 레벨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외국인 수급이 지속적으로 이탈했다는 시각도 있고, HBM3E에서 SK하이닉스에 점유율을 빼앗긴 데 따른 구조적 할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왔다고 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한 자사주 매입 규모가 약 9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Buyback)이란 기업이 시장에서 자기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행위로,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외국인이 매도하는 방향과 정반대의 수급이 기업 내부에서 자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실적은 좋은데 수급이 불리하다는 논리가 이 지점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요약: 9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이 외국인 매도 압력을 내부 수급으로 상쇄할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앤스로픽 파운드리: 삼성이 다음 시대의 파트너를 잡을 수 있는가

    HBM 시대의 성패가 엔비디아와 누가 먼저 파트너십을 맺었느냐에 달려 있었다면, 차세대 AI 반도체 시대의 성패는 커스텀 칩(Custom ASIC) 설계를 누가 파운드리로 가져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커스텀 칩이란 특정 기업의 AI 워크로드에 최적화해 별도로 설계한 전용 반도체로, 엔비디아 GPU 같은 범용 제품 대신 효율과 원가를 동시에 잡으려는 움직임입니다.

    앤스로픽(Anthropic)과 삼성전자가 커스텀 AI 칩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제가 이번에 가장 인상 깊게 받아들인 부분입니다. 솔직히 이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파운드리 사업부가 적자를 이어가는 삼성전자에 이 정도 레버리지가 남아 있었나 싶어서 한 번 더 찾아봤습니다. HBM3E에서 SK하이닉스에 점유율을 내준 것이 뼈아팠던 것처럼, 파운드리에서 엔비디아 GPU 물량을 TSMC에 빼앗긴 것도 삼성전자 밸류에이션을 끌어내린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HBM4에서 삼성전자가 앞서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저는 아직 신중한 편입니다. HBM4란 현재 양산 중인 HBM3E의 차세대 규격으로, 더 높은 대역폭과 낮은 전력 소비를 목표로 합니다. 파운드리 공정 내재화가 기술적 우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는 설득력 있지만, HBM3E에서 SK하이닉스가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져간 배경에는 공정 이상의 요인들, 즉 엔비디아와의 협력 깊이, 수율 안정성, 납기 신뢰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격차가 HBM4에서 얼마나 좁혀졌는지는 실제 엔비디아 공급사 비중 변화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하반기 파운드리 흑자 전환 가능성과 앤스로픽 커스텀 칩이 맞물린다면, 지금껏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파운드리 사업부의 가치가 더해지면서 시가총액이 재평가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TSMC의 시가총액이 파운드리 하나로 얼마나 커졌는지를 떠올리면, 삼성 파운드리의 잠재 가치는 지금 주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셈입니다.

    요약: 앤스로픽 커스텀 칩 협력은 파운드리 사업부를 디스카운트에서 프리미엄 요인으로 전환시킬 잠재적 변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반도체 주가가 빠진 게 AI 버블 때문 아닌가요?

    A. AI 산업의 펀더멘털이 훼손됐다는 실질적 근거는 아직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메타의 클라우드 진출이나 마이클 버리의 공급 과잉 경고 같은 노이즈가 하락의 방아쇠를 당겼지만, 그 이전에 레버리지까지 쌓인 수급 과열이 이미 존재했습니다. 하락의 본질은 펀더멘털 훼손보다 수급 구조의 붕괴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Q.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주나요?

    A. 9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이므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는 구간에서도 반대 방향의 수급을 만들어냅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 하단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유통 주식 수 감소로 주당 이익(EPS)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입 일정과 속도에 따라 실제 체감 효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HBM4에서 삼성전자가 하이닉스를 이길 수 있을까요?

    A. 파운드리 공정 내재화라는 기술적 논거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HBM3E에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독점 공급사 지위를 얻기까지는 수율·납기·협력 깊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격차를 단기에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고, 반대로 HBM4는 규격 자체가 새로 시작되는 만큼 삼성에 기회가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실제 공급사 비중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Q. 앤스로픽과 삼성전자 커스텀 칩 협력이 왜 중요한가요?

    A. 엔비디아 GPU 중심의 AI 인프라가 커스텀 ASIC으로 분산되는 흐름이 본격화되면, 어느 파운드리가 차세대 AI 기업의 칩을 생산하느냐가 수십 조 원대 매출을 가르게 됩니다. TSMC가 엔비디아와 애플을 독점 생산하며 시가총액을 키운 경로를 삼성이 앤스로픽과의 협력으로 일부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지금껏 적자 요인으로 디스카운트됐던 파운드리 사업부의 가치가 전면 재평가될 수 있습니다.

     

    결론

    저는 RKLB 같은 성장주에 집중하면서 삼성전자를 무관심하게 지나쳤습니다. PER 5배 미만에 9조 원 자사주 매입, 앤스로픽 파운드리 협력이라는 조건이 동시에 얹혀 있는 종목을 그냥 지나친 건 편향이었다고 솔직히 반성하고 있습니다. 성장주를 쫓다 보면 눌려 있는 가치주의 반등 타이밍을 반복해서 놓친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물론 HBM4 점유율이나 파운드리 흑자 전환이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는 실적 발표와 공급사 비중 변화로 직접 검증해야 합니다. 낙관적 시나리오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3분기 실적 발표와 엔비디아의 HBM4 파트너 공개 여부를 구체적인 확인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수급·실적·미래 가치 세 가지 방향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동시에 쌓이고 있는 만큼, 지금은 흔들림보다 앞을 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Me7Rkn3h3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