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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강세장 투자법

    주식 커뮤니티에서 "PER 5배짜리를 왜 안 사냐"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저도 한동안 그 논리가 맞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코스피 종목의 60%가 마이너스였다는 사실이 그 믿음을 조용히 흔들어 놓았습니다. 싸다고 생각한 주식이 그냥 싼 채로 끝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이번 강세장이 다시 한번 증명해 주었습니다.

    박스피 기준을 버려야 보이는 것들

    작년 한 해 동안 여의도에서는 사실상 하나의 질문이 모든 종목 피칭을 막아버렸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PER 높아요?" 이 한 마디로 어떤 중소형주 설명도 무력화됐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RKLB에 집중하면서 국내 시장은 신경을 끄고 있던 사이 이런 구도가 형성되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여기서 PER(주가수익비율)이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투자자가 그 회사의 이익 1원에 얼마를 지불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PER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문제는 이 기준 자체가 박스피 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입니다. 코스피가 늘 10배 내외에서 거래되던 시절의 잣대로 지금 시장을 보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종목들을 스스로 차단하게 됩니다. 실제로 강세장 국면에서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주가가 아직 덜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종목을 고르면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기서 PBR이란 현재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순자산 대비 주가가 몇 배에 거래되는지 나타냅니다.

    강세장이 지속된다면 밸류에이션 기준 자체를 한 단계 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엔 PER 5~ 10배를 저렴하다고 봤다면, 지금은 10배 ~15배까지는 허용 범위로 설정하는 것이 현실에 맞는 접근입니다. 코스피가 PER 15배로 재평가되는 시나리오라면, 15,000포인트도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숫자가 아닙니다. 이것이 단순한 낙관론처럼 들릴 수 있지만, 미국 S&P500이 PER 20배 이상에서 거래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렇게 무리한 가정도 아닙니다.

    네이버, 카카오가 부진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읽힙니다. 이 두 회사는 구조적으로 알파벳, 메타와 비슷한 포지션입니다. AI 인프라에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쪽이지, 그 인프라를 비싸게 파는 쪽이 아닙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알파벳과 메타에 메모리를 엄청난 단가로 팔아치웠고, 그 구조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저도 솔직히 이 비유를 들었을 때 "아, 이렇게 보면 되는구나"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젠슨 황 방한이 주가에 미친 영향의 실체

    젠슨 황의 방한은 화제였습니다. LG전자, 네이버와의 협력 발표가 나오자 관련 주가가 급등했고, 며칠 지나지 않아 급락했습니다. 제가 뉴스 헤드라인을 보면서 "이번엔 좀 다르지 않을까" 하고 잠깐 흔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패턴은 예상대로 진행됐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CEO가 한국에 온 이유는 자사 GPU를 팔기 위해서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방문했을 때는 이미 대규모 거래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반면 LG전자와 네이버 방문은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는 세일즈의 성격이 더 강합니다. 여기서 GPU(그래픽처리장치)란 원래 그래픽 연산에 쓰이던 반도체인데, 병렬 연산에 뛰어나 AI 학습과 추론에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은 장치입니다.

    결국 LG전자와 네이버의 AI 관련 사업은 아직 미래의 일입니다. 물리적 AI, 로봇, AI 팩토리 방향성은 맞지만 이것이 실적으로 연결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면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상장이라는 구체적인 이벤트가 남아 있어 상대적으로 재료가 살아 있는 상태입니다.

    이 차이가 주가 흐름에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주식과 기대감만으로 오른 주식의 내성은 조정 국면에서 극명하게 갈립니다. 현대차는 1월에 68% 급등 후 6월에 30% 가까이 빠졌는데, 이것도 실적 없는 기대감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5년 상반기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 흐름을 보면 실적 가시성이 높은 종목으로의 쏠림이 뚜렷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급등 후 급락한 종목들의 공통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본업 실적이 정체되거나 둔화되는 상황에서 미래 테마로 주가가 상승
    • 협업 발표 등 단발성 이벤트에 과도하게 반응한 경우
    • 실제 매출·이익과의 연결 고리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른 경우

    지금 5,000만 원이 있다면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테슬라를 매일 타면서 횡보해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제게도 공감이 됐습니다. RKLB를 보유하면서 매 분기 발사 성공 소식과 매출 성장을 직접 확인하고 있으니, 단기 주가 등락에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됩니다. 아는 것에 투자한다는 원칙이 이렇게 실생활에서 구현됩니다.

    지금 시점에서 5,000만 원을 새로 투자한다면, 저라면 아래와 같은 구조를 기본 틀로 고민해볼 것 같습니다.

    • 해외 빅테크 ETF: 2,500만 원 (AI 수혜 지속 가능성)
    • 우량 코스닥 상위 ETF: 1,250만 원 (저점 대비 초과수익 가능성)
    • 지주회사·우선주: 1,250만 원 (강세장 후반부 수혜 기대)

    여기서 ETF(상장지수펀드)란 특정 지수나 섹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상품입니다. 개별 종목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해당 섹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주회사와 우선주가 강세장 끝물에 오른다는 전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지금이 강세장의 초입이 아닐 가능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구조입니다. 지금이 중반인지 후반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이미 많이 올랐고 "이제 비싼 거 아니냐"는 의문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는 신호는 포트폴리오 조정의 타이밍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 수준으로 2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이 숫자 자체가 코스닥의 상대적 저평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반등 여력이 있다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정책 지원만으로 시장이 살아나는 건 아닙니다. 코스닥 기업들의 실제 이익이 늘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부동산에 쏠렸던 자금이 조금씩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도 코스피 상단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집값이 너무 비싸 진입 자체를 포기한 젊은 세대가 주식에서 수익을 내고, 부동산으로 전환하지 않고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패턴이 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구조적 변화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강세장이라고 해서 아무 주식이나 사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이번 1년이 가르쳐 줬습니다. 코스피 종목 60%가 마이너스였다는 사실이 그 증거입니다. 밸류에이션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실적이 뒷받침되는 섹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주회사나 우선주는 서두르지 않고 주도주가 숨을 고르는 시점을 기다려 편입하는 방식이 더 낫다고 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wyGZ5t9i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