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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상장 첫날, 공모가 135달러에서 출발해 단 3거래일 만에 20% 넘는 상승이 두 번 나왔습니다. 저는 테슬라 장기 투자자로서 그 흐름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설레는 마음과 별개로 "지금 들어가도 되나"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 글은 바로 그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락업 해제와 실적 전망, 지금 들어가면 위험한가
스페이스X 주가가 빠르게 오르고 또 빠르게 눌린 이유는 하나입니다. 수급 불확실성입니다. 상장 초기에 주가를 끌어올린 힘은 지수 편입 기대감과 제한적인 유통 물량이었는데, 그 기대감이 소화되자마자 조정이 왔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오름폭도, 조정 속도도 모두 더 빨랐습니다.
여기서 락업(Lock-up)이란 상장 후 일정 기간 동안 내부자나 초기 투자자가 보유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비상장 시절부터 스페이스X에 투자한 사람들이 차익 실현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스페이스X는 워낙 오래 비상장 기업으로 있었기 때문에 그 매도 수요가 상당합니다. 락업 해제 시점이 다가올수록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고, 이는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적 쪽도 마냥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1분기 케팩스(CAPEX)만 봐도 지난해 연간 설비투자의 절반이 단 한 분기에 집중됐습니다. 여기서 CAPEX란 기업이 미래 수익을 위해 설비나 인프라에 투입하는 자본 지출을 의미합니다. AI 인프라에 이렇게 공격적으로 돈을 쏟아붓고 있으니 적자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반전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앤스로픽과의 AI 컴퓨팅 인프라 계약이 5월부터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규모가 월 12.5억 달러 수준입니다. 지난해 연간 AI 부문 매출이 32억 달러였으니, 단 한 분기만 반영돼도 37억 달러에 달하는 셈입니다. 6월에는 구글과도 추가 계약을 맺었고(출처: SEC EDGAR), 10월부터는 월 9.1억 달러가 추가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들어가야 할까요? 저는 스윙 매매, 즉 단기 등락을 노린 매매 방식으로 접근하는 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디서 반등하고 어디서 꺾일지 예측하기가 너무 어려운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적립식 투자, 즉 일정 금액을 나눠서 꾸준히 매수해가는 방식이 지금 이 종목에 맞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 락업 해제 물량 부담: 비상장 시절 초기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수요가 잠재돼 있어, 해제 시점마다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 8월 실적 발표가 변곡점: 앤스로픽·구글 계약 매출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적자 폭이 줄었는지가 핵심 체크 포인트입니다
- 지수 편입 이슈 활용법: MSCI나 러셀 편입 발표 시 단기 반등은 가능하나, 저점 예측보다 분할 매수가 훨씬 안전합니다
- 스타링크 매출 성장: 가입자 증가로 수익성이 좋은 사업 부문이지만, AI 투자 비용 전체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우주 데이터 센터, 공상과학이 아니라 타임라인의 문제다
저는 일론 머스크의 책을 읽으면서 그가 그리는 미래가 허황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가 쓴 자율주행차를 실제로 타봤을 때 느낀 그 웅장함, 어렸을 때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됐다는 그 감각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래서 우주 데이터 센터라는 개념도 처음엔 그냥 멋진 이야기쯤으로 들렸는데, 숫자를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우주 데이터 센터를 쉽게 풀면, GPU를 위성에 탑재해 우주 궤도에서 컴퓨팅을 돌리는 구조입니다. 지금 당장은 경제성이 없습니다. 지상에 데이터 센터를 짓는 것이 훨씬 쌉니다. 그런데 문제는 방향성입니다. 지상 데이터 센터 구축 비용은 부지 확보, 전력망, GPU 수급 병목 등으로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스타십 발사 비용은 매년 내려가고 있습니다(출처: NASA 공식 사이트). 두 곡선이 언젠가 교차하는 골든 크로스 시점이 오면, 우주 데이터 센터는 갑자기 현실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스타십은 바로 그 교차점을 앞당기는 핵심 변수입니다. 스타십이란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완전 재사용 가능한 초대형 발사체로, 발사 단가를 기존 로켓 대비 수십 분의 일로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재무적으로 당장 큰 수익을 내는 사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타링크의 위성 발사 비용을 내부적으로 낮게 유지하게 해주고, 미래의 우주 AI 인프라 구축 원가를 낮추는 구조적 기반이 됩니다. 단기 손익보다 장기 생태계를 먼저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NASA가 수십 년을 돌아온 길을 스페이스X는 민간 기업으로서 압축해서 걷고 있습니다. 제가 테슬라에 오래 투자해온 이유가 단순히 전기차 때문이 아니었듯, 스페이스X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단순히 로켓 사업이 아닙니다. 이 회사가 만들려는 세계, 그 방향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투자는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해야 하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더 냉정하게 보려고 합니다.
스페이스X를 지금 담아야 하는가, 늦은 것인가. 저는 중장기로 보면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단기 저점을 맞히려는 시도는 소용없습니다. 8월 실적 발표에서 AI 클라우드 향 매출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적자 폭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인하면서 분할로 천천히 쌓아가는 것이 제가 택한 방식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믿는다면, 그 믿음에 걸맞은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