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2024년 상반기가 끝났습니다. 반도체 ETF SMH는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나스닥은 2020년 이후 최고의 분기 성과를 냈습니다. 저도 포지션을 들고 있으면서 "이게 맞는 건가" 수도 없이 되물었는데, 결국 가장 큰 불안은 외부 충격이 아니라 시장 안에 조용히 쌓여가는 레버리지였습니다.
반도체 강세, 그런데 왜 갑자기 흔들렸나
6월 마지막 주, 엔비디아와 AMD를 비롯한 반도체 종목들이 리밸런싱 매물에 눌렸다가 금세 다시 올라왔습니다. 저도 그 며칠 동안 괜히 손이 근질거렸는데, 나중에 이유를 뜯어보니 펀더멘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분기 말마다 기관 펀드 매니저들이 수익률 격차를 맞추기 위해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발생하는데, 이번에도 그게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SMH는 2024년 상반기에 75.5% 급등, 2분기에만 65% 올랐습니다. 반도체 지수 설립 25년 만에 최고 기록입니다(출처: Yahoo Finance). 마이크론은 연초 대비 300%, 분기 기준 239% 상승했습니다. 이런 수치를 보면 "이미 너무 많이 올랐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국면에서 섣불리 청산하는 것이 더 큰 손실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요한 건 하락의 원인이 펀더멘털 훼손인지, 아니면 기술적 수급 요인인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AI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는 2030년까지 500GB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과잉 공급 시나리오는 아무리 빨라도 2029년 하반기에나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지속된다면, 지금 조정은 살 기회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 SMH 2분기 상승률 65% — 역대 최고 분기 실적
- 마이크론 연초 대비 +300%, 분기 기준 +239%
- HBM 수요 2030년까지 500GB 초과 전망
- 과잉 공급 현실화 시점: 빨라도 2029년 하반기
레버리지가 쌓이면 시장은 달라진다
솔직히 이 부분이 이번에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SOXL 같은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의 운용 자산이 6월 한 달 사이 141억 달러에서 34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단순히 투자자들이 몰린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레버리지 ETF(Leveraged ETF)란 기초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 또는 3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배가되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같은 비율로 커집니다. 쉽게 말해 내가 100만 원을 투자해도 실제로는 300만 원어치 포지션을 가진 효과입니다.
문제는 이 ETF 운용사들이 매일 자동으로 리밸런싱 하는 구조라는 겁니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팝니다. 이게 시장의 모멘텀을 기계적으로 증폭시킵니다. JP모건 분석에 따르면 레버리지 반도체 ETF의 리밸런싱이 글로벌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2024년 초 이후 다섯 배나 커졌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레버리지 상품은 단기 방향이 정확히 맞을 때는 짜릿하지만 조금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원금 회복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변동성 지수(VIX)가 20을 넘기 시작하면 레버리지 포지션을 점검하는 것이 맞습니다. 여기서 VIX란 S&P 500 옵션 시장에서 산출되는 시장 공포 지수로,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2024년 8월에는 이 수치가 65를 넘었는데, 그건 코로나 급락 이후 한 번도 없었던 수준이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2024년 8월의 복기
지금 원·달러 환율이 1,550원대이고 엔화는 달러 대비 162엔 수준입니다. 이 숫자를 보면서 2024년 8월이 자꾸 떠오릅니다. 당시 닛케이 225가 단 하루 만에 12.4% 급락했는데,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이었습니다. 원인은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청산이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엔화로 돈을 빌려 미국 기술주나 암호화폐처럼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입니다. 엔화 가치가 갑자기 뛰면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보유 자산을 일제히 매도해야 합니다.
그 청산 과정이 도쿄에서 시작해 뉴욕까지 번졌고, VIX는 65를 돌파했습니다. 이 충격이 당시 불과 2주 전만 해도 신호가 있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현재 CFTC 주간 데이터에 따르면 투기적 거래자들이 14만 6,000건의 엔화 선물 매도 포지션을 보유 중입니다(출처: CFTC). 2024년 7월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숏 포지션 규모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설마 그게 또 오겠어"라는 안도입니다. 시장은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다음 고용 보고서나 연준 발언 하나가 청산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그걸 핑계로 좋은 포지션을 전부 털어내는 건 또 다른 실수입니다. 방향은 유지하되 레버리지만 줄이는 것이 지금 국면에서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실적시즌을 앞두고 어떻게 대응할까
7월부터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본격 시작됩니다. S&P 500 기업들의 예상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은 23.1%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EPS(Earnings Per Share)란 기업이 주식 한 주당 얼마의 순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주가 적정성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입니다. 2분기 연속 20% 이상 수익 성장이 달성된다면, 지금의 주가 수준은 배수 팽창이 아니라 실적이 뒷받침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포워드 PER(주가수익비율, Price to Earnings Ratio) 기준으로 보면 2023년 초 23배 수준이었던 밸류에이션이 현재 20배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이익이 빠르게 늘면서 오히려 주가가 저평가 방향으로 움직인 겁니다. 쉽게 말해 주가는 올랐지만 이익은 더 빨리 올랐다는 뜻입니다.
도이치뱅크는 3분기 추천 종목으로 오라클, 스타벅스, 앰브로빈, 휴메나, 랄프로렌 등을 포함한 40개 종목을 선정했습니다. 오라클은 AI 클라우드 인프라 리더십을 바탕으로 목표가 300달러(현재 대비 103% 상승 여력)를 제시받았고, 스타벅스는 매장 효율화와 로열티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목표가 120달러가 제시됐습니다. 번스타인은 샌디스크(SanDisk)의 목표가를 1,700달러에서 3,000달러로 상향하며 2030년까지 8배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장기 공급 계약 구조가 바뀌면서 가격 하락 위험이 크게 줄었다는 근거입니다.
저는 이런 흐름에서 반도체 핵심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레버리지는 최소화하고, 실적 발표 이후 추세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돌지 않는 한 7월 안에 다시 신고가 도전 국면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반도체 ETF를 사도 늦지 않은 건가요?
A. 타이밍 자체보다 구조를 보는 게 맞습니다. HBM 공급 부족이 2029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브로드컴과 구글의 TPU 장기 계약처럼 수요 기반도 탄탄합니다. 다만 단기 변동성은 상당할 수 있으니, 한 번에 전액을 넣기보다 분할 매수 방식이 심리적으로도 덜 흔들립니다.
Q. SOXL 같은 3배 레버리지 ETF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A. 운용 자산이 한 달 사이 두 배 이상 급증한 현재 상황은 과열 신호로 읽힙니다. 단기 방향이 맞으면 수익이 극대화되지만, 한번 방향이 틀리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시장 공포 지수(VIX)가 상승하거나 고용 지표가 부진할 경우 연쇄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또 올 수도 있나요?
A.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엔화 숏 포지션이 2024년 7월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거나 엔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아서면 2024년 8월과 유사한 충격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VIX와 달러·엔 환율을 병행해서 모니터링하는 것이 좋습니다.
Q. 7월 실적시즌에 반도체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나요?
A. S&P 500 기업들의 2분기 EPS 성장률 예상치가 23.1%로 높게 잡혀 있습니다. 기업들이 이 기준을 충족하면 2분기 연속 20% 이상 수익 성장이 되고, 이는 주가 상승의 근거가 됩니다. 다만 기대치가 이미 높다는 점이 양날의 검이라 발표 직후 변동성은 클 수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지금 시장의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반도체 수요 구조는 견고하고, 실적이 주가를 정당화하고 있으며, 매기는 반도체에서 산업재·소비재로 확산되는 선순환 흐름에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가장 크게 얻은 교훈은 강세장을 망치는 건 외부 충격이 아니라 내부의 레버리지라는 점입니다.
7월 고용 보고서, VIX 방향, 엔화 움직임, 이 세 가지를 체크하면서 핵심 포지션은 유지하되 레버리지를 줄이는 것이 지금 국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상승장에서도 버티는 힘은 결국 레버리지 없이 버틸 수 있는 포지션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