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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이 역설적인 상황과, 여기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PER이 낮으니 싸다"는 논리의 함정을 짚어보고 제 생각도 같이 적어봅니다.
7월 29일, 무슨 일이 있었나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직후 코스피는 잠깐 반등하며 6,200선까지 올랐지만, 이내 5,200선까지 미끄러지며 단번에 1,000포인트가 빠졌습니다. 이후 연기금과 금융투자의 순매수가 유입되며 가까스로 5,600선으로 마감했습니다.
여기서 짚을 부분이 있습니다. 원래 연기금의 순매수는 하락장 반등의 신호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두 가지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첫째, 국민연금은 이미 주식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상태라 추가로 사들일 여력 자체가 약화돼 있었습니다. 둘째, 같이 유입된 금융투자의 순매수 1.8조 원이 사실은 개인들의 단일 종목 레버리지 매수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옵니다. 레버리지 성격의 자금이라면 변동성 자체가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길어야 며칠 안에 팔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이 지적에 공감하는 편인데, "연기금이 사줬으니 안심"이라는 해석은 이번엔 다소 성급하다고 봅니다. 누가, 어떤 성격의 자금으로 사줬는지가 지속가능성을 가르는 핵심인데, 이번 반등은 그 출처부터 불안정해 보입니다.
SK하이닉스 개별 주가로 보면 더 극적입니다. 실적 발표 직후 156만원에서 161만 원까지 올랐다가, 순식간에 124만 원까지 미끄러지며 하루 만에 23%가 빠졌습니다. 오후 들어 연기금과 추정 레버리지 자금이 들어오며 140만 원대로 겨우 끌어올렸습니다. 하루 등락폭만 약 240조 원, 코스피 전체로는 700조 원 넘는 돈이 하루 만에 오간 셈입니다. 대한민국 1년 예산(약 720조 원)에 맞먹는 돈이 단 하루, 단일 지수의 등락 속에서 왔다 갔다 했다는 뜻인데, 이 정도 규모의 변동성이 특정 종목 두어 개에 좌우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실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76.3%로, 마이크론(81.2%)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입니다. 엔비디아(65%), TSMC(60%), 삼성전자(52%)를 모두 웃도는 수치입니다. 영업이익 60조원이라는 절대 규모뿐 아니라 이익률 자체가 놀라운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증권가 기대치(64조 원)에 다소 못 미쳤다는 이유로 당일 주가가 급락하고, 고점 대비로는 53%나 빠졌습니다.
"PER이 4.5배니까 싸다"는 논리, 왜 위험한가
여기서 이 글의 핵심 논지가 나옵니다. SK하이닉스의 추정 PER은 현재 4.5배 수준입니다. 통상 10~20배를 받는 걸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싸 보입니다. 그런데 2018년에도 똑같은 논리가 있었습니다. 당시 PER은 4.6배였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빅테크는 15~20배인데 이건 너무 싸다"며 매수를 부추겼습니다. 결과는 그해 주가 38% 하락, 이후 추가 하락까지 포함하면 거의 반토막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정말 인상 깊게 봤습니다. 반도체 같은 사이클 산업은 실적이 최고치를 찍는 바로 그 시점에 주가가 이미 하락을 시작하는 경우가 반복돼 왔다는 겁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이 정점이고 이제 꺾일 일만 남았다"고 판단해 미리 팔아버리기 때문에, 이익은 최대인데 주가는 그보다 먼저 하락하면서 PER 숫자만 착시처럼 낮아 보이는 겁니다. 반대로 2019년 SK하이닉스의 PER은 22배로 "너무 비싸 보였던" 시점이었는데, 실제로는 그때가 저점이었고 이후 주가는 66% 상승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싸 보일 때가 가장 위험할 수 있다"는 사이클 산업 특유의 역설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이걸 "그러니 지금은 무조건 고점"이라고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것도 똑같이 위험한 단순화라고 생각합니다. 사이클의 반복 가능성과, 이번엔 정말 다를 가능성(HBM의 구조적 변화) 둘 다 열어두고 봐야 한다는 원문의 태도에 더 공감이 갑니다.
PBR을 무시해도 되는가 — 이 지적은 짚을 가치가 있다
미국 빅테크는 자본 투입이 크지 않은 네트워크 독점 비즈니스라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잘 보지 않지만,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는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이라 PBR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주가가 고점이었던 298만원 시점의 추정 PER은 9.5배였는데, 이는 사이클 산업치고 상당히 높은 밸류에이션이었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배경으로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이 통상 14% 안팎에서 31%까지 늘어났던 점이 꼽힙니다. 외국인들은 이 유동성을 이용해 약 160조 원어치를 팔고 빠져나갔고, 결국 PER은 4.5배까지 되돌아왔습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느끼는 건, 국민연금의 과도한 비중 확대가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는 출구 유동성"을 만들어준 셈이 됐다는 점입니다. 의도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준 모양새가 됐다는 건 뼈아픈 지점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걸 국민연금의 판단 실패로만 단정하기도 조심스럽습니다. 사후적으로 보면 늘 이런 그림이 나오기 쉽고, 당시 시점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았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앞으로 봐야 할 것 — 결국 이익 전망치의 방향
원문에서 강조하는 앞으로의 판단 기준은 명확합니다. PER이 낮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익 전망치가 계속 상향 조정되는지 여부입니다. 그냥 유지되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뚜렷하게 올라가야 사이클에서 벗어났다는 근거가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전망치가 하락 전환하면 추가 하락 신호로 봐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를 확인하려면 범용 D램 현물가격 추이와, 창신메모리(CXMT)의 점유율 확대 속도(현재 약 8%)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이 프레임이 상당히 실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싸다/비싸다"는 정성적 판단보다 "전망치가 오르는가 내리는가"라는 방향성 지표가 사이클 산업에서는 훨씬 신뢰할 만한 나침반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다만 이 지표 역시 완벽한 선행지표는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전망치 자체도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일 뿐이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장 컨센서스도 여러 차례 틀려온 전례가 있으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PER이 낮으면 주식이 무조건 싼 거 아닌가요?
A. 성장주나 비사이클 산업에서는 대체로 맞는 말이지만, 반도체처럼 이익 변동폭이 큰 사이클 산업에서는 다릅니다. 실적이 정점을 찍는 시점에 시장이 먼저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그 결과 추정 PER이 일시적으로 낮아 보이는 착시가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Q. 그럼 지금 SK하이닉스는 저점인가요, 고점인가요?
A. 이 글에서 소개한 논리로는 아직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핵심은 향후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지 여부이며, 이게 확인되기 전까지는 사이클 반복 가능성과 구조적 변화 가능성이 둘 다 열려 있는 상태로 보는 게 맞습니다.
Q.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 확대는 잘못된 판단이었나요?
A. 결과적으로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주는 모양새가 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다만 이는 사후적 평가이며, 당시 시점에서 다른 대안이 있었는지는 별도로 따져볼 문제입니다. 이 글은 이에 대한 확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해석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결론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한 주가 폭락은, 반도체가 여전히 사이클 산업이라는 시장의 공포와 "PER이 낮으니 싸다"는 논리의 함정이 겹쳐 나타난 결과로 보입니다. 저는 이번 사례가 밸류에이션 지표 하나만으로 사이클 산업의 저점·고점을 판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좋은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이익 전망치의 방향과 창신메모리 같은 경쟁 변수를 함께 지켜보는 게, 이번이 정말 "다른 사이클"인지 판단하는 데 더 유용한 잣대가 될 것 같습니다.
※ 본 글은 특정 유튜브 채널의 분석 내용을 요약·정리하고, 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인 것입니다. 매수·매도를 포함한 투자 추천이 아니며, 특정 의견에 대한 동의·반박 역시 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의 책임 하에 신중히 내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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