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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옥시아는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

    키옥시아는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 — 주주환원, 그리고 오늘 시장이 이상했던 이유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가 실적은 예상치를 밑돌았는데도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그 배경에 있는 주주환원 정책과, 정작 미국 빅테크 실적이 좋은데도 국내 반도체만 빠지는 디커플링 현상을 함께 짚어봤습니다.

    실적은 미스인데 주가는 오른 키옥시아 — 비결은 주주환원

    키옥시아는 AI向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장기 기억장치) 전문 기업으로, 최근 AI 추론 수요 확대의 수혜를 받으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는데도 장중 주가가 10% 넘게 상승했습니다. 이유는 실적이 아니라 주주환원 정책이었습니다. 액면분할로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분기 순이익 규모(약 8,400억 엔)와 맞먹는 8,000억 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겁니다. 이를 국내 반도체 기업 규모로 환산하면, SK하이닉스가 이번 분기 순이익만큼인 약 6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비교가 나옵니다.

    이런 주주환원 문화는 일본이 2013년부터 10년 넘게 추진해온 증시 정상화·기업 지배구조 개혁의 결과로 설명됩니다. 저는 이 비교가 상당히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기업이 번 돈을 왜 주주에게 쓰냐, 투자에 써야지"라는 인식이 여전히 국내에 남아있는데, 상장 기업이라면 노동자 몫, 투자 몫과 함께 주주 몫을 나누는 게 당연한 의무라는 지적에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아직 이 수준의 주주환원을 못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계속 필요한 업종 특성상 현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고, 지배구조상 대주주 지분 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을 따라 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그 속도나 방식까지 동일하게 갈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문제라고 봅니다.

    미국 빅테크는 다 좋은데 왜 한국 반도체만 빠지나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아마존이 시가총액 3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고, 마이크로소프트·메타·구글·오라클까지 하이퍼스케일러 전반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AI 설비투자가 실제 매출·이익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확인이 이어진 겁니다. 그런데 정작 국내 반도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3%대 하락을 이어갔습니다. 통상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강세는 국내 반도체에 긍정적으로 해석되는데, 이날은 그 공식이 통하지 않은 셈입니다.

    방송에서는 이를 "메모리와 하이퍼스케일러가 반대로 움직이는 최근의 경향이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과, "여전히 우리 시장만의 수급 문제(레버리지 ETF 잔존, 투자심리 미회복)가 남아있다"는 두 가지 해석을 제시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특히 신용융자 잔고 데이터가 눈에 띄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제외한 종목들의 신용융자 잔고는 고점 대비 35% 줄었는데, 이 두 종목의 신용융자 잔고는 17%밖에 줄지 않았다는 겁니다. 즉 다른 종목들은 레버리지 매물이 상당히 정리됐는데, 정작 반도체 대장주 두 종목엔 여전히 신용 물량이 쌓여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게 지수 전체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유용한 신호라고 봅니다. "반도체가 왜 안 오르지"라는 막연한 질문보다, "신용 물량이 언제 다 정리되는지"를 추적하는 게 더 실전적인 접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스닥 순환매 — 수급의 진공 상태론

    한편 이날 코스피는 하락했지만 코스닥은 5% 가까이 급등하며 3거래일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방송에서 제시된 해석은 "코스닥이 워낙 많이 빠져서 더 이상 팔 사람이 없는 상태(수급의 진공 상태)"라는 겁니다. 코스피가 V자로 급락한 뒤 반등할 때는 매물대에 계속 부딪히며 더디게 오르는데, 이렇게 던질 사람이 다 던지고 나면 외국인·기관이 원하는 대로 밀어 올릴 수 있는 구간이 온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건설(대우건설), AI 소프트웨어(SK텔레콤, LG CNS), 화장품, 바이오까지 소외됐던 섹터들이 일제히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이 순환매 해석에 상당 부분 공감하면서도, 한 가지 주의사항에 더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방송에서도 언급됐듯, 지금 오르는 종목들 중에는 과매도 국면에서 정당하게 되돌림이 나오는 종목과, 여전히 펀더멘털 의구심이 남아있는데도 그냥 분위기에 편승해 오르는 종목이 섞여 있습니다. "바이오 전체가 오른다"는 식의 뭉뚱그린 뉴스보다, 개별 종목의 반등 근거(공매도 잔고 감소, 실적 확인, 단순 낙폭과대)를 구분해서 보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팔란티어가 보여준 것 — AI가 실제로 돈이 된다는 증거

    이날 실적 발표에서 특히 주목할 기업은 팔란티어입니다. 이번 분기 매출·EPS, 다음 분기 및 연간 가이던스까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고, 특히 미국 정부 위주였던 매출 구조에서 상업(민간기업) 부문 매출이 늘어나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성장률+수익성'을 더한 '룰 오브 40' 지표가 무려 155%를 기록했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저는 이 기업이 AI 투자 스토리에서 갖는 위치가 흥미롭다고 봅니다. 반도체·클라우드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투자하면 돈을 번다"는 걸 보여준다면, 팔란티어는 그 위층에서 "AI로 실제 기업·정부의 문제를 해결해 돈을 번다"는 걸 증명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삼양식품 같은 기업과 협업 사례가 언급되는데, 이런 구체적 활용 사례들이 쌓일수록 "AI가 정말 돈이 되는가"라는 시장의 의구심이 조금씩 풀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동산 세제 개편 — 보유에서 거주로

    주식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지만, 같은 날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도 짚어볼 만합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① 그동안 보유만 해도 양도세를 감면해 주던 구조를, 실거주해야 감면받는 구조로 전환 ② 부동산 차익이 클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 구조 강화 ③ 양도세 공제에 처음으로 상한선(2026년 20억 원, 2029년 10억 원)을 도입한 것입니다. 방송에서는 이를 "집값을 잡겠다는 세금이 아니라, 그동안 왜곡됐던 세제를 정상화하는 조치"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 정책에 대해서는 세금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 공급 확대가 우선이라는 반론, 종부세가 과거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비판 등 다양한 반대 의견도 존재합니다. 부동산 세제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리는 주제인 만큼, 이 글에서는 어느 한쪽 입장을 옹호하기보다 개편의 구체적 내용과 양쪽 시각이 있다는 점을 함께 전달드립니다.

    결론

    키옥시아의 주주환원 정책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날 시장은 미국 빅테크 실적 호조에도 국내 반도체만 소외되는 디커플링과, 코스닥을 중심으로 한 순환매 조짐이 동시에 나타난 흥미로운 하루였습니다. 신용융자 잔고 같은 구체적 수급 지표를 계속 추적하면서, 반등이 나오는 종목들의 근거를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태도가 지금 국면에서는 특히 중요해 보입니다.

    ※ 본 글은 특정 방송에서 다뤄진 시황 분석과 정책 브리핑을 요약·정리한 것이며, 매수·매도를 포함한 투자 추천이 아닙니다. 부동산 세제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므로, 이 글에 소개된 의견 역시 하나의 관점으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시황 분석 및 부동산 세제 개편 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