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피자컬 AI의 진짜 핵심은 액추에이터다.

    — 카이스트 공경철 교수 인터뷰로 본 한국 로봇산업의 승부처

    '피지컬 AI'라는 말이 요즘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는 막연했습니다. 카이스트 공경철 교수(엔젤로보틱스 창업자이자 카이스트-엔비디아 공동연구센터 센터장)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개념과 한국의 승부처를 정리하고, 제 생각도 같이 적어봅니다.

    피지컬 AI는 로봇에 AI를 넣는 게 아니다

    가장 먼저 바로잡을 오해는 "피지컬 AI = 똑똑한 AI를 로봇 몸에 넣는 것"이라는 통념입니다. 공 교수는 이를 '물리지능'이라는 별개의 학습 체계로 설명합니다. 우리가 아는 AI(챗GPT 등)는 언어지능을 고도화한 모델인데, 물리지능은 이와 학습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비유로 든 농구 슈팅 훈련이 인상적입니다. 슈팅을 배울 때 우리는 계속 생각하며 쏘는 게 아니라 반복 훈련을 하고, 잘 안 들어갈 때만 "폼을 바꿔볼까"라며 언어·판단 지능이 개입합니다. 즉 판단(언어지능)과 몸의 반복 학습(물리지능)이 계층적으로 분리돼 있다는 겁니다.

    저는 이 설명을 들으면서 제가 유튜브 영상 편집을 AI에게 맡길 때 느꼈던 걸 떠올렸습니다. AI가 "공이 튀면 어디로 한 번 더 튄다"는 물리 법칙을 텍스트 지시 없이도 화면상에서 자연스럽게 구현해 내는 걸 보고 이게 곧 현실 세계 로봇에도 적용될 거라 기대했었는데, 이 인터뷰를 보니 그건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영상 속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로 테니스공이 튀는 궤적에 맞춰 내 몸을 움직여 라켓을 휘두르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겁니다.

    왜 한국은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나

    한국이 피지컬 AI에 이렇게까지 집중하는 배경에는 두 번의 '충격'이 있었다고 합니다. 2022년 말 챗GPT가 나왔을 때 한국은 다소 방관자적 태도였고, 2025년 초 딥시크가 훨씬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 LLM을 만들어낸 걸 보고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는 겁니다. 그 결과 지금 한국의 AI 목표는 "글로벌 3강"인데, 유독 피지컬 AI 분야만큼은 "2030년 글로벌 1강"을 목표로 잡았다고 합니다. 6월 말 발표된 정부의 메가프로젝트에서는 반도체·AI데이터센터·피지컬 AI 세 분야에 2,0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이 배경 설명을 들으며 조금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AI 경쟁에서 이미 두 번 뒤처진 경험이 있으니 이번엔 놓치지 말자"는 절박함은 이해가 가지만, 냉정한 산업 분석보다 '자존심 회복'이라는 감정적 동기에서 출발한 목표 설정은 아닌지 하는 우려도 듭니다. 목표 자체("글로벌 1강")가 냉정한 경쟁력 평가보다 국가적 염원에서 나온 캐치프레이즈처럼 느껴지는 부분은 균형 있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카이스트-엔비디아 공동연구 — 데이터 주권이라는 민감한 문제

    카이스트와 엔비디아의 공동연구센터(NVAITC 조인트랩)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엔비디아는 압도적인 GPU 인프라와 AI 인재를 갖고 있지만 정작 물리지능 연구에 필요한 '현장 데이터'와 '도메인 지식'이 부족하고, 한국은 정확히 그 반대라는 겁니다. 여기서 나온 질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진행자가 "우리 데이터를 그냥 내주는 게 맞느냐"고 묻자, 공 교수는 데이터 주권을 "식민지 시대 주권을 잃는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표현하며, 이 때문에 연구를 곧바로 시작하기보다 공동 위원회 같은 거버넌스 구조부터 먼저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저는 이 접근 방식이 상당히 신중하고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힘의 격차가 있는 두 파트너(세계 최대 AI 기업과 한 대학 연구센터) 사이의 거버넌스가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한국 측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시간이 지나야 검증될 문제라고 봅니다.

    액추에이터가 핵심인 이유 — 근육이자 신경이자 제어장치

    피지컬 AI 산업의 병목은 결국 액추에이터(로봇 관절 구동장치)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흥미로운 건 액추에이터가 단순히 '모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언어지능이 "펜을 들어야지"라고 판단하면, 그 아래 기억이 "예전에 이렇게 해봤다"는 걸 떠올리고, 그보다 더 아래에서 근육 자체의 센서가 정교한 힘 조절을 담당합니다. 이 전체(구동 메커니즘+제어 알고리즘+반사 반응)를 묶은 것이 로봇의 액추에이터 모듈이라는 겁니다. 최근 화제가 된 피규어AI 로봇이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이유도, 판단 AI-전신 제어 AI-근육 레벨 제어를 계층적으로 분산시킨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저는 이 설명이 왜 한국이 액추에이터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다뤘던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액추에이터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해 현대모비스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과 정반대로, 한국은 웨어러블 로봇 등에서 이미 액추에이터 기술을 축적해 온 회사들(로보티즈, SPG, 엔젤로보틱스 등)이 있다는 겁니다. 흥미로운 건 이 인터뷰에서 공 교수가 직접 언급한 엔젤로보틱스의 액추에이터 모듈 '팩트' 공개 소식에 시장이 상한가로 반응했다는 대목인데, 이는 투자자들이 이미 "피지컬 AI=액추에이터"라는 공식을 상당 부분 학습했다는 방증으로 읽힙니다.

    경계해야 할 것 — 3D프린터의 데자뷔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진행자가 던진 비판적 질문과 공 교수의 답변이었습니다. 과거 3D프린팅 붐 때, 기술이 충분히 고도화되기 전에 국가 차원의 선도 투자를 밀어붙이다가 결국 해외 3D프린터를 수입해 교육·산업 현장에 깔아주는 업체들만 돈을 벌었던 사례가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공 교수는 이 지적에 강하게 공감하며, 지금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미래 인재들에게 빨리 휴머노이드를 경험시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중국산 로봇을 구매해 연구소에 보급하는 사업이 이미 진행 중이고, 내년도 정부 예산의 상당액이 이런 '휴머노이드 보급 사업'으로 이미 배정돼 있다는 겁니다.

    저는 이 대목이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뼈아픈 자기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규모 투자가 발표될 때마다 "빨리 뭐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정작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방향으로 예산이 새는 건 반복되는 정책 실패 패턴처럼 보입니다. 다만 이런 비판이 실제 예산 배정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이고, 이미 배정된 예산을 되돌리기는 정책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도 듭니다.

    플랫폼 전략 — 경쟁보다 표준화

    마지막으로 흥미로웠던 건 '플랫폼화' 전략입니다. 공 교수는 한국이 인재는 많지만 미국·중국 대비 자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같은 기술을 여러 팀이 중복 개발하는 내부 경쟁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고 진단합니다. 그래서 액추에이터 모듈이나 표준 데이터셋처럼 만들기 어려운 핵심 요소는 과감히 표준화·공개해서, USB나 HDMI 표준처럼 누구나 그 위에서 응용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하자는 제안입니다. 실제로 카이스트가 액추에이터 모듈 일부 기능을 공개하고 학생들에게 100시간 해커톤을 시켜본 결과, 다양한 로봇이 나왔다는 실험 사례도 소개됩니다.

    저는 이 전략이 상당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쟁하지 말고 협력하자"는 제안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얼마나 순조롭게 작동할지는 의문입니다. 학생 해커톤 같은 이해관계가 크지 않은 환경에서의 성공 사례를, 기업 간 경쟁이 첨예한 산업 생태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검증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새만금 로봇파운드리·부품클러스터 조성이나 조선업 같은 수요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보면, 최소한 생태계의 기본 골격은 갖춰지고 있는 단계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지컬 AI와 기존 로봇 자동화는 어떻게 다른가요?

    A. 기존 자동화는 정해진 동작을 안정적으로 반복하는 데 중점을 두는 반면, 피지컬 AI는 물리적 상호작용을 통해 데이터를 쌓고 스스로 학습해나가는 로봇을 지향합니다. 다만 안정적인 동작 구현(자동화)이 먼저 뒷받침돼야 그 위에 AI적 판단이 의미 있게 작동한다는 점에서, 두 영역은 계층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Q. 한국이 정말 피지컬 AI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나요?

    A. 이 글에서 소개된 시각으로는 제조 기반의 물리 데이터 축적, 액추에이터 관련 기술력이 한국의 강점으로 꼽힙니다. 다만 이는 하나의 전문가 견해이며, 실제 글로벌 경쟁에서의 위치는 여러 지표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정부의 휴머노이드 보급 사업은 무조건 비판받아야 하나요?

    A. 이 인터뷰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외산 로봇을 서둘러 보급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다만 이는 특정 전문가의 견해이며, 정책의 구체적 내용과 실행 방식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결론

    피지컬 AI는 단순히 로봇에 똑똑한 AI를 넣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몸으로 익히는 물리지능을 별도의 계층으로 구현해야 하는 훨씬 복잡한 과제입니다. 그 핵심 병목은 액추에이터이고, 한국은 이 분야에서 실질적인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국가적 조바심 속에서 과거 3D프린터 붐처럼 검증 안 된 외산 제품 보급으로 예산이 새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은 뼈아프게 새겨들을 만합니다. 결국 액추에이터라는 핵심 요소를 표준화해 국가 차원의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한국 로봇산업이 진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 본 글은 특정 방송 인터뷰 내용을 요약·정리하고, 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인 것입니다. 매수·매도를 포함한 투자 추천이 아니며, 특정 의견에 대한 동의·반박 역시 필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의 책임 하에 신중히 내리시기 바랍니다.

    참고: 카이스트 공경철 교수 - 피지컬 AI와 액추에이터 인터뷰